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만화, 게임 등과 관련된 1차 창작물, 즉 원작의 영역은 나의 놀이터다. 이 같은 영역을 굳이 놀이터라고 부르는 이유는 내가 이 영역 안에서 감상자, 생산자라는 정체성을 동시에 발휘하기 때문이다. 원작의 파편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관념 속에 스며든다. 그리고 나는 이 관념 속에서 재창안된 결과물을 끌어낸다. 나의 관념 속에서 추출한 결과물들은 종종 개기일식 현상처럼 원작과 포개져 보이기도 한다. 하지만 나의 2차 창작물들은 원작의 자장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쉽게 양지로 나올 수 없다. 그래서 나는 나의 2차 창작물들을 회화로 한 번 더 재창안하는 Predator's work 연작을 시작했다.

 

Predator's work 연작은 만화가이자 만화 애호가로서 회화에 접근한 결과물이다. 만화에서 이야기를 제외하고 나면, 거기에는 분할된 칸, 말 주머니와 효과선 같은 이미지만이 나열된다. 이런 점에 주목한 이 연작은 만화에서 서사를 전달하기 위한 요소를 제거하고 시각적 요소만 남김으로써 뭉개지고 지워지며 흘러내린 물질적 조형성만을 남긴 결과물들이다. 그런데 컴퓨터 속 픽셀에서 평면 위의 물감으로 전환된 나의 2차 창작물들은 원작의 굴레를 벗어난 것일 수 있을까. 아니면 여전히 그 굴레에 종속된 결과물일 수밖에 없을까.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나는 만화가로서 그리고 미술가로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.

작가노트 - 박다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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